우리, 지치지 말아요.
안녕하세요? 상담공간 서로오롯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지나가고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선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한 달이, 그리고 제주항공 참사 이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 날 이후 많은 분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지속적으로 뉴스와 SNS 피드를 새로고침하며 만성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불안감과 슬픔을 넘어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으시는 것을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게 되면, 그 직후에는 오히려 그 상황을 안전하게 벗어나야 한다는 목적에 모든 에너지를 쏟게 되기 때문에 다른 생각 없이 한 곳에 집중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 숨 돌렸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사실은 더 많은 것들이 시작됩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일(우리는 그것을 트라우마라고 부릅니다)이 벌어지는 그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짧은 시간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겪게 되는데, 미처 소화하지 못한 신체적 느낌과 여러 감각, 정서들은 우리가 차분하게 시간을 주고 주의를 기울일 때까지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특히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추가 상황들이 발생할 때는,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 마음을 편히 먹었다가는 무슨 일이 또 벌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어 과도한 각성 상태를 유지시킵니다. 그래서 이전보다 작은 자극에도 크게 놀라거나 크게 반응하게 되고, 인내심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게 되기도 하고,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하고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기 어렵게 돼요. 하지만 이렇게 과각성 상태가 유지되면 유지될수록, 우리는 평정심을 찾기가 더 어렵게 되고 평소보다 판단력이 떨어지게 되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복력이 떨어져 쉽게 지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치게 되면, 어느 순간 우리는 모든 것에서 신경을 꺼 버리고 싶게 되어 버려요.
하지만 이 상황은 단기적으로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우리는 겪어야 할지도 몰라요. 다 지긋지긋하고 이젠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칠 때 무언가를 ‘던져버리는’ 것과 ‘나에게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라고 의식적으로 판단하여 멈추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다시 말하면 길게 보고 오래 가기 위해서는, 끓어올랐다가 던져버리길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돌봐주고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먼저, 나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의 신체적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보세요.
- 나의 심장 박동을 느껴보세요. 지금 나의 심박수는 평소와 비교하여 어떤가요? 심박수 증가는 교감신경의 과활성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 호흡이 평소보다 얕고 가쁜 느낌이 드나요?
- 사람들과 만나거나 깊이 이야기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나요?
- 생각이 머릿속에서 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자꾸 이 생각 저 생각 변덕스럽게 바뀌는 것을 느끼나요?
- 근육이 평소보다 더욱 긴장되어 있나요?
- 이전보다 더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나요?
- 인내심이 줄어들고, 평소보다 더 빠른 말투로 성급하게 말하게 되는 것을 느끼나요?
- 평소보다 무감각해졌다고 느끼나요?
- 잠 드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자는 동안 계속 잠에서 깨고 있나요?
충격적인 일(트라우마)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만들어요. 이런 상태를 계속 내버려두게 되면 점점 더 여러 증상들이 심해질 수 있어요.
이럴 때 다음과 같이 시도해보세요:
1. 모든 것을 천천히!
- 의식적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10걸음을 걸어보세요. 걸으면서 나의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2. 몸과 연결되기
- 팔과 팔목을 교차해서 양손을 겨드랑이 밑에 넣고, 고개를 숙이고 숨을 쉬어보세요.
3. 정향(orient)
-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내 눈에 보이는 색깔과 모양에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 마치 짧은 시각적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시선을 뭔가 유쾌하고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에 두어 보세요.
4. 왔다, 갔다
- 몸에서 편안한 곳과 긴장이 되는 곳을 찾아보세요. 천천히, 편안함과 긴장감에 번갈아 왔다, 갔다 주의를 두어 보세요.
5. 연결
- 당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세요.
(출처: SE Crisis Stabilization and Safety Aid / 위기 안정화와 안전 지원)
그리고 언제든 지금의 마음을 상담자와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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